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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

言いなり

by 사과  2022. 9. 21.

말하는 대로

(모토카와 츠요시 : 오키츠 카즈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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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이 케이이치 : 아베 아츠시)

 

 

대학생 케이이치는 화려한 외양에 여자랑도 쉽게 쉽게 만나는 소위 날티 캐릭터다. 사실 케이이치는 중학생 때 요시즈미 무리에게 심한 이지메를 당했고, 그때의 찌질했던 자신을 떨쳐버리기 위해 일부러 '노는 애'로 이미지 체인지한 것. 그런 케이이치를 항상 따라다니는 동급생이 있는데 바로 츠요시임. 제대로 손질 안 된 더벅머리에 촌스러운 안경을 끼고 무식하게 덩치만 커서 주변 분위기도 읽을 줄 모르는 츠요시는 케이이치가 아무리 핀잔을 주고 못되게 대해도 헤헤거리며 충견처럼 케이이치만 졸졸 따라다닌다. 같은 테니스 동아리에서도 '츠요시는 케이이치의 개'라고 공공연하게 부를 정도. 하지만 자타공인 '개'인 츠요시가 케이이치는 마냥 편하지 않음. 언뜻 보면 케이이치가 하라는 대로 하는 것 같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절대 고집을 꺾지 않기 때문. 예를 들면 케이가 '케이 군'이라는 호칭 싫다고 그렇게 부르지 말라 그래도 꿋꿋하게 '케이 군'이라고 부른다거나... 동아리 내 술자리에서 질 나쁜 선배가 몰래 츠요시에게 미약 먹이고 흥분시켜 공개 자위를 하게 했을 때, 츠요시는 케이를 뚫어져라 쳐다보며 자위를 한다. 자기를 향한 성적 집착도 숨기지 않는 츠요시가 불편하지만, 한편 자기만 맹목적으로 따르는 게 또 그렇게 싫지만은 않은 케이였음. 츠요시가 살던 집에 화재가 나서 갈 곳이 없어졌을 때 동아리 내 다른 여자애 집에 초대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케이는 알 수 없는 질투심과 독점욕을 느끼고, 츠요시에게 자기 집에서 머물라고 해버림. 케이가 츠요시와 단둘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고, 츠요시는 '상'을 달라는 핑계로 점점 케이에게 육체적 관계까지 요구하는데...

 

까지가 스포를 방지한 대충의 스토리. ㅎㅎㅎ 처음에 오키츄의 찐따 연기에 적잖이 놀랐음. 케이가 아무리 쿠사리를 먹여도 '헤헤, 허허' 하는 그 웃음소리... 덩치 큰데 음흉한 바보 그 자체 같은 목소리...! (플톡에서도 재킷 일러스트 이미지에서 보이는 츠요시의 그 건장함과 멍멍이 느낌을 어떻게 낼지 고민 많이 했다고 함) 목소리만 들었는데 머리도 진짜 덥수룩할 거 같고, 안경도 두꺼울 것 같고, 옷은 체크무늬 남방만 입을 것 같은 그 느낌이 확 났다ㅋㅋ 신기한 건 케이랑 점점 가까워지면서 케이 어드바이스로 스타일을 바꾼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그 부분부터는 또 묘하게 목소리에서 촌티가 빠지고 살짝 이케보가 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더라고...? 나만 그랬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성우는 대단해

 

그리고 여기서부터는 스포 포함한 스토리 이야기!!!

 

이게 전말을 알고 나면 드씨 극초반에 츠요시가 한 말이 다 의미가 있는 거였음. 누가 이상형 물었을 때 '내가 하라는 대로 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던 거랑, 왜 '케이 군'이라는 호칭을 고집했는지 등등. 자꾸 케이에게 '진짜 케이 군'으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도. 이렇게 슬슬 밑밥 깔다가 5트랙 마지막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이지메 주동자 요시즈미의 목소리가 나오는데, 그게 바로 오키츄의 목소리였을 때 소름이 오소소...! 나는 츠요시가 찐따 스타일로 케이 앞에 나타난 것도 왠지 의도했던 거 같음... 첫인상을 무해한 충견으로 잡아서 자기를 옆에 두기 부담스럽지 않은 만만한 인간으로 포지셔닝하고, 애완견에게 주는 포상이라는 말로 포장해서 스킨십을 받아내고, 몸도 마음도 자기에게 완전히 열렸을 때 통제력을 행사하는 그 단계가 너무 착착 맞아떨어져서 무서울 정도임. 중간에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대사가 나오는데 케이와 츠요시 둘 다 해당하는 얘기 같다. 한때 케이가 츠요시를 지배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마지막에 가면 중학생 때처럼 시키는 사람은 츠요시, 시키는 대로 말을 듣는 건 케이가 됐으니까... 뭐 중학생 때는 츠요시가 입덕부정기여서 애정 표현을 하는 법을 몰랐고 그게 괴롭힘이 되어버렸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가해자와 피해자의 역학 관계가 결국 바뀌지 못하고 고착되어 버린 게 좀 씁쓸했음. 그거랑 별개로 스토리 빌드업은 굉장히 흥미로웠고 심리 묘사도 괜찮았고 오키츄의 키모이하면서 은근한 연기는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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